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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은 'NO.1' 슬로건 달지마 이것들아)

 

 

 

   저는 FPS를 정말 못합니다. 오버뎃은 기본이고 데스 수가 킬 수보다 2배 3배를 찍는 것이 일상입니다. 이런 제가 서든어택2에서는 하사 4호봉까지 계급을 올렸고 나름의 성적도 거두었습니다. 킬뎃 비율이 45퍼 내외이니 엄청난 수직상승이죠. 때문에 첫 인상이 좋지 않았음에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허구언날 죽어만 나던 전장에서 제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플레이타임이 2시간을 넘어가자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게임은 오래 할 물건이 아니다. 제 판단은 그러했습니다.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 의문이 생겼습니다. 대체 이 게임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서든어택1시절부터) 대체 이 게임을 왜 사람들이 싫어하는가. (현재 인터넷의 여론) 대체 이 게임을 왜 오래하는가. (골수 유저들) 대체 이 게임은 왜 재미가 없는가.(나한테) 이 네가지의 의문이 생겼죠. 이것을 풀지 않으면 리뷰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서든어택을 계속했고 계급이 하사 4호봉이 되었습니다. 아마 몇 판 더하면 하사 5호봉, 더 하면 중사가 되어있겠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여러 리뷰, 비판 영상들을 보았지만 그들의 비판점은 한결같습니다. "게임이 전작과 똑같다" "그래픽이 구리다." "모션이 구리다." "벗기기만 한다" 네. 저라고 뭐 여기서 크게 벗어나겠습니까만은 이런 지적들은 제게는 무의미했습니다. 이것들은 모조리 결과입니다. "재미가 없는 이유"가 아니라 "재미가 없기 때문에 보이는 결과"들입니다. 이들 하나하나를 엮어내는 "재미없는 이유"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제 가정이었습니다.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 이 문제가 생각보다 풀기 어려운 난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저는 초반 1시간을 "재미있게" 플레이 했기 때문이죠. 보통 일반적인 게임은 30분 내지는 1시간, 흥미와 몰입을 느끼는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필요 시간은 증가합니다. 몰입에 필요한 요소를 관객에게 주입할 필요가 있으나, 이것이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빨라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때문에 몰입하지 못하는 초반 1시간, 몰입한 후의 플레이시간, 몰입이 깨진 이후의 실증나는 시간 이렇게 분류가 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서든어택2에서 분명 "재미가 있었던 시간이 있음에도" 이 게임은 분명히 재미가 없단 것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깁니다. 이 게임을 장기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재미를 느껴서 하는 것인가, 할 게 없어서 하는 소모적인 플레이인가를 파악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장기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의 몰입 이유와 아예 재미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몰입 이유를 해명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해명 불가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려면 굉장히 복잡한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포기할까 계속할까를 고민한 끝에 작성키로 결정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내용의 세부사항입니다. 

 

     서든어택은 왜 재미가 없는가. 이 문제를 한 번 풀어봅시다.

 

 

    서든어택2의 게임플레이를 차근차근 분석해봅시다. 서든어택2는 캐주얼 FPS를 지향합니다. 게임은 8v8 16인 대전을 중심으로 협동전, 폭파미션, 팀 데스매치  세 가지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의 컨텐츠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협동전은 좀비모드입니다. 몰려오는 좀비를 죽여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무기를 사 적들을 제거하면 되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시스템은 순환식으로 '좀비를 죽인다 - 돈을 번다 - 돈으로 무기를 산다 - 무기로 좀비를 죽인다'가 순환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순환공식은 "더 높은 라운드로 간다"는 지향점을 위해 존재합니다. 라운드가 올라갈수록 적의 수는 많아지므로 더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돈으로는 총기를 살 수도 있지만 렌덤박스를 통해 렌덤무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해본 결과 렌덤박스를 사서 카타나를 받고, 카타나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효한 전략인 듯 합니다. 

 

    폭파미션은 8v8 대전으로 공격진영과 수비진영으로 나뉩니다. 공격진영은 적 메인 베이스에 폭탄을 설치하여 폭파하거나 적을 몰살해야 합니다. 수비진영은 폭탄을 설치하러 오는 공격진영을 막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두 사살하거나 미션 시간동안 수비해내거나, 설치된 폭탄이 터지기 전에 해제하거나가 승리의 목표입니다. 맵은 살바토르, 맨션 등이 있고, 기본적으로 3~4갈래의 길을 제공합니다. 16인 멀티기 때문에 맵이 그리 넓진 않고, 살바토르의 경우 넓은 공터가 있지만 실제로 싸우는 곳은 좁은 길목입니다. 대부분 건물 복도에서 싸웁니다. 맨션도 건물 내 좁은 복도에서 많이 격돌합니다. 즉 실제로 유저가 신경쓰게 되는 부분은 화면 전체중에 굉장히 좁은 곳만 차지하므로 적을 상대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안 그래도 좁은 맵이 더욱 좁게 느껴집니다. 또 이 미션의 경우 라운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라운드는 공격진영 또는 수비진영이 승리하면 한 라운드가 종료되고 설정에 따라 5라운드 7라운드까지 가는 듯 합니다. 한 라운드를 진행할 때에 사망한 유저는 다시 리스폰하기 위해서는 다음 라운드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팀 데스매치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플레이한 곳으로 그냥 좁은 맵에 16명을 갖다 박아놓고 무작정 싸우면 됩니다. 정말 무작정 싸우면 됩니다. 눈에보이는대로 쏘시면 됩니다. 그러다 이기면 이긴거고 지면 진겁니다. 중요한건 당신의 킬뎃이지 승리가 아닙니다.

 

     자 다시 세 가지 미션을 살펴봅시다.  먼저 협동전은 멍청합니다. 『레프트 4 데드』의 향수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제대로 말하자면 정확히 다 갖다 박았습니다. 권총 한자루에 총알 몇 발 갖다주고 좀비 서너마리 던져주는게 시작입니다. 진행하다보면 조금씩 좀비가 늘어나지만 시각적으로 좀비가 몰려와서 다급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좀비 피격 판정도 좀비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서 분명 적을 코앞에두고 적 몸에다가 쏘고 있는데도 피격판정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잦습니다. 덕분에 총알이 상당히 부족하게 되므로, 너도나도 총기는 사용하지 않고 칼질을 추구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높은 라운드로 가기 위함이 이 게임의 목표라고 하지만 같은 컨샙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블랙 옵스』의 좀비 시스템에 비해 너무나도 모자랍니다. 블랙옵스의 경우 외부에서 좀비가 들어오므로 좀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을 틀어막는 행동을 추가하여 긴장감을 유발시킵니다. 분명 막았다고 생각한 창문이 어느새 좀비에게 뚤려 좀비가 내부로 침투해오고, 창밖에서 다수의 좀비가 창문을 깨갰다고 쿵쿵 치고 있는 것을 총으로 쏘고 수리하며 막아내고 하면서 팀원관의 협동을 요구하는 것이죠. 하지만 서든어택의 경우 좀비들이 대체 어디서 생기는지 갑자기 나타나 공격을 해대고, 유저간의 협동이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총알 수량이 적게 책정되다 보니 총알이 부족해져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다수 연출되며, 총기를 새로 구입하려해도 좀비 두당 주는 금액이 많지 않다보니 총기를 제대로 보급하기도 힘듭니다. 좀비는 단조롭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으며 같은 것들만 좇아오다 외형이 조금 다른 놈들이 등장한다 싶으면 다른 좀비들과 다를 거 없이 그냥 몰려오기만 합니다. 개성도 없고 새로운 상황도 없고 연출도 없습니다. 때문에 협동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몰입감도 없습니다. 라운드 진행에도 큰 메리트가 없으므로 목표 설정도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결국 순환 시스템이 무의미하게 됩니다.

 

     협동전이 『서든어택2』의 게임 컨텐츠 중 가장 준수한 컨텐츠를 보여줍니다.  적에게 승리한다는 뚜렷한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들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맵이 워낙 좁고 적의 위치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협동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좌지우지 됩니다. 가령 왼쪽 갈래길에 적이 있고, 이를 아군들에게 알려줬다 하더라도 얘네를 죽일수 있고 없고는 각자의 능력에게 달려있습니다. 헤드샷을 잘 쏘는 친구는 이길 것이고 못 쏘는 친구는 지겠죠. 어느 지점에 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정보는 전쟁에 있어 상당히 유용한 정보입니다. 적은 아군의 위치를 모르지만 아군은 적의 위치를 안다는 것. 이것은 격돌할 시에 아군이 절대 질 수 없는 상황을 유도할 수 있도록 아군이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서든어택에서는 모조리 의미없습니다. 적의 위치를 파악했건 말건 샷발 잘 받는 놈이 이기는 겁니다. 더욱이 한 라운드 내 리스폰이 없다는 것도 협동의 영향을 미미하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작용합니다.  어느 지역에 적이 다수 분포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알면서 죽었다 하더라도 아군들을 이끌고 적이 다수 분포한 전장 내지는, 이들이 위치가 발각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상 가능지역을 선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내가 죽고 다시 리스폰할 수 없기 때문이죠. 아군의 사망은 수의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협동전은 잘하는 사람의, 클랜들의 놀이터로만 쓰입니다. 못하는 사람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보고 멍때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전황을 구경할 필요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지켜볼 필요도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팀 데스매치입니다. 앞서 기술한대로 그냥 달려가서 쏘면 됩니다. 어느 위치에 아군이 다수 분포해있고, 얼마나 적에게 밀렸는가에 따라 힘들어지고 쉬워지고 합니다만 때때로 적에게 밀리고 있는데 나는 킬따기 좋은 경우도 적지않게 많습니다. 전황이 불리한 것과 내가 힘든 것이 별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겁니다. 맵이 대단히 좁기 때문에 적을 면전 앞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점사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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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FPS 게임들의 반동 매커니즘입니다. 반동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콜 오브 듀티』시리즈도 이런 식으로 반동이 이어집니다. 조준점을 파란 원이라고 하면 쏘게 됐을 때 탄은 겉의 동그란 원형으로 퍼집니다. 그 상태에서 총기가 밀어내는 힘에 의해 총구가 점차 위로 올라갑니다. 따라서 그냥 연사하게 되면 탄은 점선의 원 방향처럼 위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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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든어택의 반동 매커니즘은 이런 특성이 완전히 무시되어 있습니다. 탄이 그냥 사방으로 튀기만 합니다. 아무리 계속 쏴도 조준점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때문에 점사하지 않아도 탄이 적에게 잘 박히고 조준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이래서 해드라인이라는게 강력하게 유효합니다. 라인만 잘 잡고 있으면 반응속도에 따라 적은 나를 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더욱이 이런 반동 시스템 때문에 반동의 느낌을 주지 못하자 이 게임은 카메라를 흔드는 것으로 반동효과를 대신합니다. 총을 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총을 쏘면 총구는 흔들려도 우리의 시야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반동효과를 준답시고 카메라가 왔다갔다 합니다. 때문에 협동전에서 총기를 마구 난사하면 카메라 흔들림 때문에 내가 어지러워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3D멀미가 전혀 없는 제가 많은 멀미를 느낀 유일한 게임이 바로 서든어택2입니다. 

 

    이렇게 무작정 쏘기만 하면 득을 보는 게임 시스템에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 없습니다. 우선 이 게임은 이기든 지든 큰 체감이 없습니다.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오로지 내 킬뎃 뿐입니다. 승패가 무관한 게임이다 보니 승패에 둔감하게 됩니다. 물론 승리하면 경험치가 많이 들어오지만 이기든 지든 계급은 잘 오릅니다. 그리고 계급이 오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매커니즘을 분석해봅시다. 적을 죽이는 이유는 승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승리하는 조건은 적을 많이 죽이는 것입니다. 승리하면 경험치를 많이 받는 이득이 있습니다. 경험치를 많이 받아야 진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급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승패로 인한 어드벤티지/디스어드벤티지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승리하는 데에는 오로지 킬뎃만이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승리하는 데에 기여하는 행동이 없으니 승리 자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전투에 있어서 적을 죽이는 재미 외에는 그 어떤 재미도 견인하는 바가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쓸 데 없다고 지적하는 '타격감'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입니다. 타격감을 위해 사망 모션을 그토록 과장하고, 출혈 효과를 과장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이 게임은 1차적으로 첫 인상을 구분짓는 '전투의 재미'를 챙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목표 성취의 재미'를 상실해버린 게임인 것입니다. 

    

    이것이 서든어택이 재미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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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는 서든어택에 왜 몰입하지 못하는가요? 재미없는 것도 한 몫하는 이유이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봅시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연구 중 몰입의 성격에 대해 "몰입하고자 하는 주체의 문제 해결 '능력'과 문제로 주어지는 '과제'의 일치가 몰입을 불러온다"고 설명합니다. 능력보다 과제가 어렵다면 주체는 벽을 느껴 접근하지 못하고, 능력보다 과제가 쉽다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겁니다. (저는 이 이론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능력-과제 간의 관계에서 최대 몰입을 출력해낼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능력-과제 간의 관계는 몰입을 유발하는 '요소'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미하이의 이 이론은 몰입을 '업무/일'이라는 측면에 한하여 해석한 '소극적 몰입'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다크소울 시리즈의 경우 처음 시작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능력보다 과제가 훨씬 압도하고, 영화를 보더라도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무겁지 않은 가볍고 쉬운 이야기에도 몰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미하이의 이론대로라면 이들의 수준이 낮아 가볍고 쉬운 이야기에 몰입한 것이라는 역추적이 가능합니다. 이는 제가 바라보는 몰입과는 다릅니다.)  몰입은 주체가 과제에 대해 통제하고 있다는 통제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 과제로부터 빠져나가지 못하는 자아상실의 상태를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에는 주체의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 간의 관계의 폭이 좁아야 한다는 것이죠. 

 

    서든어택2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에 의거하여 보았을 때, 과제의 역량이 주체의 역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위치합니다. 이는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못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은 엄연히 멀티플레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실력에 따라 내가 잘하고 못하고가 결정됩니다. 이것은 미하이가 얘기하는 '과제의 역량'과는 무관한 문제입니다. 실제로 서든어택2의 과제의 역량이 낮다고 함은 서든어택2에서 내가 플레이해야 할 행동들에 관한 문제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출력의 문제로 재해석했습니다. 

 

     『다크소울』리뷰를 읽어보신 분은 이 내용이 기억나실 겁니다. "유저가 발신하는 정보와 유저가 수신받는 정보가 동일해야 한다." 이게 칙센트미하이의 주체의 능력과 과제의 역량이 동일해야 한다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유저는 한산합니다. 위협될 것도 없고 해야 할 행동도 별 것 없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정보들은 심각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왔다갔다 보이는 저 허수아비들에대 대고 마우스 클릭만 하면 되는데, 화면에서는 무슨 심각한 전쟁이라도 터진 것처럼 팡팡거리고 캐릭터들은 심각하다는 마냥 인상을 찌푸리며 피가 낭자하고 비명소리가 들려온다라고 하면 유저가 발신하는 정보량에 비해 유저가 수신받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게 됩니다. 이 경우 몰입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나는 전황도 봐야 하고, 눈 앞에 보이는 적도 제거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브리핑도 들려오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할 것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근데 화면에서는 이 많은 행동이 고작 0.1의 차이. 그러니까 HP 1 하나 올리는 데에만 영향이 간다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환경에 대해 전혀 영향을 못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다급하면 다급할수록 이 영향은 커집니다. 플레이어는 다급한데 화면이 평화롭다면 이 또한 게임과의 거리감을 만들어내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서든어택2는 이 출력 문제에 있어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우선 튜토리얼부터 잘못됐습니다. 도무지 두서를 알 수 없는 스토리에 제딴에는 진지해보겠다고 만든 미션의 한심한 연출, 극 중에서 너무나도 진지빨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NPC들의 대사와 표정. 이 모든 것들이 서든어택2가 지향하는 게임성에 완벽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별것 없는 얄팍한 매커니즘의 게임을 하고 있지만 출력되는 영상은 매치 진중한 밀리터리 FPS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것이 정보 송수신 불균형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이 때문에 서든어택의 첫인상은 최악으로 잡힙니다.

 

    여기에 서든어택의 인상을 망가뜨리는 요소들이 다수 분포합니다. 엉성한 모션과 과장된 사망모션은 '밀리터리'를 추구하는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입니다. 그래픽을 끌어올렸다는 요소 때문에 괴리감까지 유발합니다. 2000년대 중반 한심한 그래픽의 서든어택1에나 어울리는 모션을 그대로 썼으니 이 괴리감은 이질감으로 발전합니다. 때문에 과장된 타격감은 한심함으로 질타를 받습니다. 그래픽도 동시대 그래픽에 월등히 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적 NPC가 아군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해 전쟁의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RPG를 쏘는 데 화려한 이펙트가 없으니 환호성을 지르는 아군 NPC의 외침이 공허하게 울리기만 합니다. NPC들은 달리는데 저는 달리지 못합니다. 슬로우모션은 엄한데 들어있어서 모던워페어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합니다. 게임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도록 견인해주는 재미를 상실한 상태에서 첫인상을 망가뜨릴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니 게임에 대한 인상이 최악에 달합니다.

 

    나아가 밀리터리 FPS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성캐릭터들과 이들의 민망한 나신이 온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모든 요소들이 서든어택2라는 게임에 몰입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방해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것이 제가 판단하는 서든어택2의 선정성의 실체입니다. 

 

     계승과 답습은 다릅니다. 이 게임은 기존의 게임을 답습하는데에 정체해있습니다. 계승의 실패라는 소리가 민망합니다. 다크소울3는 다크소울1에서 상당히 계승한 모습을 보였지만 세부적으로는 판이하게 차이를 보입니다. 스타크래프트2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은 전작에 비해 가다듬어져 있고, 새로운 유닛들을 내놓았지만 우리는 이것을 변화라고 하지 않고 계승이라고 합니다. 언챠티드시리즈도 4편에 오기까지 서사와 연출, 게임 시스템을 발전시켰지만 우리는 이를 계승이라고 합니다. 계승은 이어 "수준을 올린다"가 그 의미인 것입니다. 서든어택2는 발전시킨 것이 없습니다. 그래픽은 발전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그래픽을 아무리 높혀봐야 그래픽이 영향을 주는 것은 '첫인상'밖에 없습니다. 그래픽이 게임을 평가하는 데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단 것입니다. 만약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언더테일이 그토록 호평받진 못했을 겁니다. 

 

    이 게임은 무분별한 답습으로 튜토리얼에서 잃어버린 첫인상을 더욱 일그러뜨립니다. 게임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고, 답습한 게임도 재미없는 게임입니다. 목표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단순한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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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제 이론입니다. 몰입강도 최대치는 게임의 복잡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복잡한 게임은 높은 몰입최대치를 보여줍니다. 몰입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떨어지므로 몰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몰입 유발 요소를 투여해야 합니다. 하여 한 작품이 완전히 끝남에도 몰입 강도가 남아 있으면 이를 우리는 여운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단순한 게임은 몰임강도 최대치가 낮습니다. 최대치가 낮다보니 몰입도 집중도도 금방 낮아집니다. 따라서 단순한 게임에 감동이나 여운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게임은 높은 몰입강도 최대치를 가진 만큼 몰입강도 최대치까지 도달하도록해야 합니다. 가령 A라는 복잡한 게임의 몰입 강도치가 최대 5라고 한다면 5만큼 올려놓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몰입은 탈몰입-집중-흥미-몰입 형태로 진행되므로 시스템의 유기성, 자극성 등의 몰입유발요소에 따라 집중, 흥미 단계에 밖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때때로 탈몰입상태에서 집중정도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는 RTS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전장의 재현으로 많은 찬사를 받은 게임입니다. 게임의 시스템은 유기적이고 자극도도 훌륭합니다. 몰입한다면 대단히 재미있는 게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복잡한 시스템을 튜토리얼은 대단히 성의없이 가르칩니다. 지시만 있고 상황이 없으니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동안은 정말 재미없습니다. 튜토리얼을 넘기고 바로 게임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이탈합니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몰입강도 최대치가 높다는 것은 몰입강도최대치까지 유저를 이끌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단순한 게임은 쉽게 강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최대치가 3밖에 되지 않으니 최대치가 5였던 게임보다 2라는 수치 만큼이나 부담이 적습니다. 복잡한 게임에서 몰입에 돌입할 때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흥미나 집중요소에까지 유저를 견인할 수는 있습니다. 플레이하고 나면 아 시원하게 하나 끝냈다 정도의 느낌은 제공할 수 있고, 집중하는 동안의 시간 이탈 경험을 제공하면서 충분한 '킬링타임' 요소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서든어택2는 후자에 속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이 단순하여 몰입강도 최대치가 낮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를 높혀줄 수 있는 부가 요소가 존재하지 않아 몰입 이탈속도도 대단히 빠릅니다. 첫 플레이 1시간 동안 게임에 흥미를 느꼈지만, 안그래도 강도 최대치도 낮은 게임 시스템에 유저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흥미를 주는 데에도 실패한 게임이기 때문에 1시간만에 게임으로부터 이탈해버린 것입니다. 

 

   게임의 몰입도가 높다면 그래픽, 사운드 등의 요소는 부가요소에 불과합니다. 몰입유발요소와 몰입방해요소의 격돌은 몰입유발요소가 승리한다면 충분한 몰입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서든어택2는 이에 실패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흥미요소는 미미한데 몰입방해요소는 지대합니다. 때문에 첫인상을 좌우하는 한물간 모션, 과장된 타격감, 사운드, 그래픽이 게임의 문제로 지적받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게임의 시스템이 목표 설정에 실패하면서 적을 죽인다는 1차 재미를 유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2차 재미를 유발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게임의 시스템은 대단히 단순해졌으므로 게임의 몰입강도최대치가 낮게 책정됩니다. 여기에 몰입방해요소들이 개입하면서 몰입강도가 낮아졌습니다. 결과 게임은 흥미유발정도에까지도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최종 적정선에 들어섭니다. 때문에 겉에 보이는 문제들, 선정성, 타격감, 모션, 그래픽 등이 부각되면서 게임이 처참한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유저들이 지속하는 이유는 말씀드린대로 킬링타임의 효과는 낼 수 있다는 단순한 게임(파이디아적 놀이)의 특성입니다. 게임은 어찌됐건 실력을 판가름하는 데에 특화되어있습니다. 서든어택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안에서 실력과 실력이 부딪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의 놀이 요소 '아곤'에 속합니다. 서든어택2가 가지고 있는 아곤적 성격이 플레이어를 자극합니다. 이 경우 아곤적 놀이 목적으로 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 자체가 견인하는 흥미요소가 아닙니다. 인간 본연에 내제된 경쟁심리를 자극한 것이죠. 이를 자극하는 게임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배틀필드는 물론이고, 스타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마저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아곤 성격이 게임을 유지시키는 데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든어택2를 유지시키는 데에 중추적 성격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서든어택유저들은 서든어택을 하는가. 몰입에는 의존도가 생깁니다. 애초부터 몰입은 '탈자아'현상을 뜻합니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죠. 내가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 틀 자체는 주어진 몰입 대상의 통제를 받습니다. 즉, 서든어택2를 장시간 플레이하면서 서든어택2에 끝내 몰입한 유저의 경우 서든어택2가 그 사람의 세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서든어택으로부터 나오지 못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것이 서든어택이 이런 게임에도 불구하고 서든어택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생각해볼 때입니다. 한국에 이런 게임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복잡한 게임(루두스적 놀이)를 만들어내는 데에 어려움이 들다보니 도전할 생각은 않고 단순한 게임(파이디아적 놀이)에 의존하면서 게임을 허투루 만듭니다. 과금? 이런 것들은 문제도 아닙니다. 중추적인 문제는 '게임을 만들 줄 모른다'는 거죠. 게임을 이렇게 만들면서 국가가 자신들을 지원해주기만을 바라는 국내 게임회사를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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